2019년 한국 TvN에서 방영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군인과 남한 여자 재벌의 로맨스를 다룬다고 하여 또 다른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킬까 염려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분단의 상황을 사랑하는 남녀의 안타까운 이별 정도의 이유로 사용하고 남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대비한다기보다 사람 간의 정을 내세우며 "차이"가 아닌 "다름"으로 그려내 국내 관객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대한민국 재벌 여성이 패러글라이팅을 하다 북한에 불시착하게 되면서 시작된 로맨스
남한의 재벌가의 딸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란 세리(손예진)는 부모님과 오빠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영향력 있는 패션 회사를 키워내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다음 주주총회에서 무능한 오빠들 대신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통보받는다. 세리는 아버지의 결정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기적인 엄마와 돈 밖에 모르는 오빠들이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며 통쾌해하며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에 나선다. 그렇게 패러글라이딩에 나선 날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으로 세리는 어느 숲 속에 불시착하게 되고 무전기로 구조요청을 해보지만 우연히 마주친 리정혁(현빈)에게서 자기가 추락한 곳이 북한이라는 것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남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마음이 약해진 정혁은 세리가 남한으로 가도록 해주지만 정혁을 100% 믿지 못했던 세리는 그가 가라고 한 길이 아닌 반대편으로 향하고 운명처럼 남한이 아닌 북한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도달하게 된다.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북한 군인 정혁
자신이 도달한 곳이 남한이 아닌 북한의 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고 세리는 황당함과 공포감을 느끼지만 운 좋게도 정혁의 집 대문에서 정혁과 마주치고 남한 여성을 풀어 준 것이 발각되면 사고가 발생한 날 근무를 불성실하게 한 자신과 부대원들이 곤란해질 것을 염려해 세리를 자신의 집안에 숨긴다. 이날부터 세리와 정혁 그리고 부대원들은 세리를 아무도 모르게 무사히 남한에 다시 돌려보낼 방법을 간구하기 시작한다. 세리는 자신이 북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무심하지만 세심하게 챙기는 정혁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정혁도 자신의 돈이 많다고 조금만 먹는다고 맨날 큰소리치는 귀여운 세리에게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별도로 드라마의 웃음과 별도의 감동을 책임진 부대원, 북한 주민들의 에피소드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북한의 모습들을 이 드라마에서는 세리와 북한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세리는 정혁의 부대원들과 그 캐릭터에 맞게 관계를 형성한다. 세리가 묘사하는 남한의 모습을 거짓말이라고 치부하며 극 내내 티격태격하는 표치수(양경원), 한국 드라마 청취를 통해 웬만한 남한말을 구사하는 여러 면에서 세리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김주목(유수빈) 등 부대원들과 세리의 에피소드들은 정혁과의 로맨스만큼이나 흥미진진함을 안겨준다.또 이 드라마의 거의 2막이라고 할 수 있는 세리가 남학으로 건너간 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두 남녀 주인공이 아닌 세리를 쫓아 남한으로 건너간 정혁을 데리고 오기 위해 비밀 특파된 부대원들의 남한 생존기를 보면 이 드라마가 왜 코미디 장르로도 분류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것이 마을의 북한 아줌마들과 세리가 형성하는 유대감이다. 세리는 부유한 재벌집에서 자랐지만 돈과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는 등 진정한 가족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캐릭터로 나온다. 그런 세리는 부유하지 않고 통제된 삶을 살아가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이웃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착하고 정 많은 북한 아줌마들과 어울리면서 인생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편의 아내인 마영애(김정난)를 중심으로 북한의 아줌마들이 뭉치는 모습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감상 이유는 충분한다.
북한 사투리 부터 완벽한 연기로 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준 배우들의 열연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에 가지고 있는 않은 확실한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역할이 확실하고 연기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세리와 정혁의 사랑이 메인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이지 않고 식상했다면 뻔하고 진부한 그렇고 그런 전개와 결말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든 로맨스 영화가 그러듯 정혁에게는 매력적인 약혼녀가 있지만 서단(서지혜)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정혁을 빼앗고자 나쁜 거나 과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에서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생산하며 세리와 다른 당당한 매력을 보여주고, 정혁과의 이별에 가슴 아파하는 동시에 경찰을 피해 북한에 숨어 있는 남한의 구승준(김정현)과의 로맨스를 시작하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낸다. 세리와 정혁이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에서 해피엔딩을 맞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건 아마 사랑의 불시착이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꼭 감상을 추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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