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 / 2022. 9. 5. 23:12

헌트, 같은 목표를 지닌 두 남자의 다른 시선을 포착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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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공식 포스터, 출처 : 구글 포토

오징어 게임 이정재의 영화 감독 데뷔작 "헌트" 

손익분기점 420만은 거뜬히 넘길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난달 10일 개봉한 이정재의 첫 감독 데뷔작 헌트는 "한산"과 함께 코로나 이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여름 극장가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헌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전두환 대통령 군사정권 체제하에서 국가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실천하는 두 남자의 갈등을 쫓아가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영화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상당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이다. 예를 들어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모른다면 왜 김정도(정우성)가 같은 군인 신분임에도 전두환 대통령을 적대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남한과 북한이 분단이 된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민주화 운동을 해서라기보다 북한을 옹호하는 반역자로 프레임 씌어 고문하는 국가의 모습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정재는 극의 긴장감을 절대 놓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중요한 순간에 대사로 혹은 이미지로 제시함으로써 한국의 근현대사를 모르더라도 국내 관객들이 무리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동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극의 중심에 포진시키고 이를 쫓아가는 이정재와 정우성을 번갈아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변호인", "모가디슈", "1987" 등 1980년대를 배경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둔다.          

해외 관객들에게 호평받는 헌트 

"오징어 게임" 성기훈으로 커리어에 정점을 찍을 줄 만 알았던 이정재는 헌트의 흥행으로 감독으로까지 인정받으며 또 한 번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사실 헌트는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어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았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성공으로 하루아침에 전 세계적 스타가 된 이정재가 연출한 데뷔작이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처럼 피가 낭자하게 나오는 흔한 액션물을 기대했다가,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서스펜스, 스릴, 역사성를 갖춘 여운과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영화를 만들었다며 감독으로서의 이정재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극을 따라가기 다소 어려웠다는 해외 관객들도 많다. 앞에 언급한 대로 국내 관객들은 한국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고 비슷한 영화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대사와 이미지 만으로도 극의 전개를 따라갈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전두환 대통령 워싱턴 방문, 광주 민주화운동,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뿐 아니라 한반도를 무대로 한 미국 일본 등의 국제 정세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은 듯 하다.  

이정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초호화 출연진 대거 등장

이정재이기 때문에 헌트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호화 출연진이다. 사실 헌트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가 라이벌 요원 김정도와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김정도역을 정우성이 맡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이정재와 카리스마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배우는 사실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상대 배우로 정우성을 캐스팅했다는 것은 얼마나 이정재가 지난 30년 간 영화배우로서 인생을 잘 살아왔는지를 증명해준다. 또한, 황정민, 이성민, 유재명,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 등 한국의 대표 주연급 배우들이 극의 적재적소에 불쑥불쑥 나오는 것도 헌트의 매력을 증감시켜 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반전에 반전이 있는 영화 "헌트"

헌트는 2003년에 개봉한 봉준화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극의 전개가 닮아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실체하지만 아직 잡히지 않는 "연쇄 살인마"를 찾고 영화 헌트에서는 조직의 스파이 "동림"을 찾아 나선다. 또한 두 영화는 쫓는 대상을 나름 관객이 추론할 수 있게 해 놓고 막판에 엄청난 "반전"을 던져주며 관객을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 충격과 혼란을 수습해 나가면서 관객은 영화가 던져놓은 메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헌트는 아직 개봉 중인 영화이기 때문에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이정재와 정우성의 "섹시한" 총기 액션 장면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헌트"를 꼭 극장에서 보기를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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