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통해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주인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영화
혜원(김태리)은 사범대 졸업 후 고향집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번번이 낙방한다. 마음을 다시 다잡고 치른 시험에서 남자 친구만 합격하고 자신만 낙방하자 지친 마음을 달래려 고향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집은 텅 비어있다. 일찍 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남편의 고향집에서 혜원을 홀로 키웠던 엄마(문소리)는 혜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편지 하나를 남기고 떠나버렸다. 혜원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엄마가 이해되면서도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텅 빈 집을 둘러보다 배가 고파진 혜원은 하얀 눈에 둘러싸인 밭에서 찾아낸 배추에 된장을 풀어 배춧국을 끓여 맛있게 먹는다. 도시에서 편의점 도시락만 먹던 혜원은 오래간만에 찾은 포만감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혜원은 고향에 머물며 정착한 오랜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자주 만나고, 엄마가 만들어 줬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먹으며 상처받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을 되찾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다양한 스토리와 재료로 관객들의 입맛을 다지게 하는 "집밥"
서울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집으로 내려와 지내는 1년간의 시간을 담은 리틀 포레스트는, 끊임없이 집 밥을 만드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이 집밥은 엄마와의 추억과도 연관이 되어있는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와서 속상해하는 자신을 위해 기분이 좋아지라고 만들어 줬던 크림 브륄레, 어른들의 술이라고 먹지 못하게 했던 막걸리, 엄마를 위대하게 보이게 했던 오꼬노미야끼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 속에서는 평범하기만 한 이 음식들은 주인공이 만들기 시작하자 특별한 음식으로 변하고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금세 침이 고이게 하는 마법을 일으킨다.
방황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당찬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
이 영화는 악역도, 긴장감도, 풀어내야 할 사소한 갈등 하나조차도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1시간 43분 러닝타임이 지루하지가 않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치열하게 살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저렇게 잘 먹기만 해도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놓아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주인공 혜원 그리고 고향 친구들인 재하와 은숙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재하와 은숙은 어렸을 때 혜원의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던 음식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친구들이다. 은숙은 고향을 떠나 독립하여 사는 것이 꿈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의 은행에 취직해 일하고 있고, 재하는 서울에서 일하다 귀향해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조그마한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다. 은숙은 혜원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상사 욕을 하며 언젠가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하지만 회식에서 한 실수 때문에 괴로워하고 짝사랑하는 재하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는 등 사회생활도 사랑도 서툰 귀여운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재하는 서울의 회사에 취직하지만, 부당한 지시를 따르며 톱니바퀴처럼 사는 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 고향에 내려와 농사일을 배우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사랑에 있어서도 자신이 보고 싶어 멀리서 찾아온 옛 여자 친구에게 여지를 남기지 않고 주인공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등 삶에 상처 입거나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혜원도 고향집에 내려온 후 사랑이 끝났음에도 차마 놓치 못했던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시험에 합격한 것도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집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치킨, 맥주와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로 적극 추천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판과 한국판이 있으며 모리 준이치 감독의 일본판은 2015년에 임순례 감독의 한국판은 2018년에 개봉하였다. 일본판과 한국판의 큰 줄거리는 같으나 일본판은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눠 2편으로 제작되었다. 한국판에 단밤, 오꼬노미야끼 등 일식이 나와 다소 어색했다는 한국 관객들도 있었으나, 이는 일본 원작자가 한국판에도 꼭 일식을 넣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제시해 일정 부분 조율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한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마시기 때문에, 선선한 밤 선풍기를 틀어놓고 편안한 반바지 차림으로 치킨, 맥주와 같은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린다. 황금 들녘, 고즈넉한 여름밤의 개울가 등 아름다운 시골 풍경 뒤로 계절마다 차려지는 정겨운 음식을 보고 어린 청춘들의 재잘거리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 있다. 일본판과 한국판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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