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 / 2022. 9. 17. 18:01

장르만 로맨스, 슬럼프에 빠진 스타 작가의 고군분투 글쓰기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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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르만 로맨스" 공식 포스터, 출처 : 구글 포토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조은진의 작품으로 2021년 개봉하여 관객 51만을 동원하였다. 아쉽게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조은진 감독은 이 작품으로 58회 백상 예술대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다. 고뇌로 가득 찬 등장인물들의 삶과 갈등을 적절한 유머로 풀어낸 코미디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베스트 셀러 작가의 슬럼프가 불러온 스캔들을 다룬 로맨스, 코미디 영화  

주인공 김현(류승룡)은 첫 번째 출간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후속작을 7년째 내놓지 못하고 있는 소설 작가이다. 말 그대로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탄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알아볼 정도로 인기 작가이지만, 그의 실제 삶은 출판사의 엄청난 압박에도 글이 써지지 않아 7년째 낚시나 하며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이혼남에 기러기 아빠이다. 7년의 공백 기간 동안 후배 작가가 유명한 국제 작가상의 최종 후보로 올라가는 등 작가로서의 자신의 입지가 점점 위협받는 와중에 그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인 유진(무진성)이 나타난다. 유진은 동성애자로 김현을 교수님이 아닌 남자로서 동경하고 사랑한다. 유진은 김현에 대한 동경으로 자신의 습작을 읽어 줄 것을 요청하고 김현은 유진이 자신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소설을 읽지 않고 책상 위에 던져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김현집을 우연히 방문한 순모가 책상 위에 놓여있던 유진의 습작을 김현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고 글이 좋았던 순모는 김현에게 당장 완결할 것을 요청한다. 김현은 순모의 반응에 마지못해 유진의 소설을 읽게 되고 자신도 이내 감명받는다. 유진이 자신에게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후속작의 압박에 견디지 못한 김현은 유진에게 공동으로 소설을 집필할 것을 제안하고 두 남자는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복잡하게 얽힌 등장인물들의 연애  

영화의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모두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 김현의 출판사 에이전트이자 친한 친구 순모(김희원)는 김현의 전 부인 미애(오나라)와 비밀 연애 중이고 김현의 아들 성경(성유빈)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누나 정원(이유영)을 몰래 짝사랑하고 심지어 누나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김현의 천재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옛 친구이자 동료 소설가인 남진(오정세)은 동성애자로 유진을 사랑한다. 친한 친구가 이혼한 여자와의 사랑, 성인 여성을 향한 고등학생의 사랑, 동성애자의 사랑 등 장르만 로맨스의 등장인물들이 하고 있는 사랑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영화는 이 무거운 소재들을 코미디적인 상황들과 엮어 유머스럽게 때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이성애자인 김현이 소설 공동집필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동성애자 유진의 집에서 함께 숙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웃음과 함께 유진의 사랑에 대한 짠한 동정심을 유발한다. 주인공 김현도 같은 남자인 자신을 사랑하는 유진을 처음엔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며 배척하지만 그와 함께 지내면서 유진의 사랑의 감정을 받아줄 순 없어도 그가 느끼는 감정도 사랑임을 이해하고 감싸 안게 된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사랑을 한 인물 "유진"을 반추하다 

장르만 로맨스는 조은진을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평가받게 만들어준 영화이다. 이 영화는 얼핏 보면 김현에 대한 이야기인 거 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김현보다 유진의 미소가 더 기억에 남는 유진에 대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여서 일까?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은 이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극을 보여준다. 극 중 유일하게 로맨스만 하는 인물이 있는데 그것은 유진이다. 심지어 유진은 사랑을 어떻게 하는 건지도 보여준다. 유진은 김현을 깊이 사랑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이성애자인 김현에게 절대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김현이 자신의 사랑을 폄하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상처를 받았겠지만 그것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묵묵히 유진은 김현을 사랑하고 그저 사랑하기만 한다. 유진의 사랑이 빛이 나는 건 소설이 출간되고 소설보다 자신과 김현의 관계에 대한 오해로 김현이 피해를 입자 김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상처 따윈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흔히들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성애자들보다 손가락질받는 동성애자인 유진이 더 멋진 사랑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내포하는 것일까? 코미디 영화지만 사랑에 대한 정의를 생각하게 하는 로맨스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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