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일 무렵인 2021년 7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했다. 모가디슈는 코로나 이후 영화관을 찾지 않았던 관객들을 모처럼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어려운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류승완 감독의 특유의 연출이 모가디슈에도 잘 드러나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민족의 아픔인 분단의 비극을 그려낸 모가디슈를 소개하고자 한다.
같은 민족 두 개의 국가가 해외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협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
주인공 한신성(김윤석)은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한국대사관의 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한신성에게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바탕으로 UN가입을 위해 상당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섭하라고 지시한다. 한편, 한국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못마땅한 북한도 소말리아에 있는 자국의 대사관의 림용수(허준호) 대사에게 똑같은 지시를 내린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한국과 남한은 소말리아 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시종일관 신경전을 펼치며 서로를 견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말리아에 내전이 일어나고 대통령 궁이 포위되는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그러다 북한 대사관은 반란군에 의해 공격을 당한다. 대사관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은 겨우 몸만 건져 탈출에 성공하고 한국 대사관까지 피신을 한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소속인 강대진(조인성)은 도움을 요청하는 북한대사관 일행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 같아 도와주지 말자고 하지만 총을 든 반란군이 거리 곳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포애가 발동한 한신성 대사는 북한 대사관 식구들을 걷어 들인다. 하지만, 남한 대사관도 안전하지가 않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에 대한 반감은 잠시 접어두고 모가디슈를 떠날 방법을 함께 구상하기 시작한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피어난 동포애
한 민족이지만 서로 말하는 것조차 금지된 두 국가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식구들이 생존을 위한 탈출을 준비하면서 함께 지내는 모습은 한국 관객들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식구들은 어둠 속에서 촛불만 킨 채 처음으로 식사를 함께한다. 한신성 대사의 부인 김명희(김소진)는 평소에 자신들이 먹던 음식들을 꺼내고 한신성 대사가 독을 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첫술을 뜨자 두 대사관 식구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래 북한도 쌀밥, 김치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지 우리랑 다를 게 없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런 삶의 평범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면 무엇을 위해 그리고 무엇 때문에 한 민족이 갈라져 원수처럼 살아야 하는지 하는 생각과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싸움과 전쟁이 덧없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생각에 쐐기를 받아 버린다. 결국 한국대사관과 남한 대사관은 수많은 역경을 함께 겪으며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고 각 정부가 마중 나와 있는 공항에 착륙하게 된다. 여기서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식구들은 서로의 정부가 자신들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에서 내리기 전 앞으로 영원히 만나지 못할 서로를 껴안으며 작별 인사를 하고 내린 후 에는 서로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각자의 정부가 마련한 차에 탑승한다.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이보다 슬프고 처절하게 연출한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남북한 대치 속에서 모가디슈를 마주한 대한민국 관객들의 반응
코로나로 거의 망해가고 있던 한국의 극장가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모가디슈!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류승완 감독만의 시원한 액션에 매료되어 호평 릴레이를 이어가 4백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다. 전문가들도 이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었다. 류승완 감독은 전작 영화 군함도에서 서사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억지로 감동을 쥐어짠다는 악평을 들으며 흥행에 실패했었는데, 이러한 비판을 보란 듯이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자신의 강점인 액션뿐 아니라 서사성 그리고 담담한 연출을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하는데 성공한다. 한국의 블록버스터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자동차를 타고 비행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볼만큼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기 전보다 영화를 보고 난후 더 할말이 많아지게 하는 영화 모가디슈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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